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작은 화분에 꽃씨를 심고 물을 줍니다.
때가 되면 아름다운 꽃이 피겠지요.
그러나 꽃을 보기 위해서는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때가 오기까지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빨리 꽃을 보고 싶은 욕심에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새싹은 오히려 새까맣게 타 죽고 말 것입니다.
아직 여물지 않은 새싹에 지나친 비료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또 지나친 사랑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는 이내 썩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가늘고 여린 뿌리는 그저 아주 조금의 물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더욱이 자라는 것이 더디다고 싹을 뽑아 올려 키를 키워주면
새싹은 바로 죽어 시들어 버릴 것입니다.
뿌리는 반드시 땅 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야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어찌 꽃이 하루아침에 피어나겠습니까?
모든 것이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요.
한 작가가 태어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젊은 작가에게 능력에 맞지 않는 큰 상을 주는 것은
마치 새싹에 독한 비료를 주는 것과 같이 사람을 타 죽게 하고
헛된 명성을 얻기 위하여 무리하여 과대 포장하는 것은
오히려 그 속에 함몰되어 헤어나지 못하여 익사케 하며
억지로 이름을 만들어 돈이 되는 유명작가로 키우는 것은
여린 싹을 뽑아 올려 말려 죽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화단(畵壇)이라는 말은 공교롭게도 꽃밭같이 들립니다.
우리는 그간 수없이 폈다 진 많은 꽃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빨리 피었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더디 자란다고 조바심 낼 일도 아닙니다.
낙락장송은 거친 옹이를 몸속에 품고 온갖 풍파를 견뎌내며 휘어지고 비틀어지지만
아무리 예쁜 한해살이 꽃들도 감히 더불어 비교할 수 없는 위엄과 자태를 지니고
해를 이어가며 날로 몸집을 키우고 그림자를 늘려가게 마련입니다.
날로 푸르름이 더해가는 계절에
바야흐로 싹을 틔운 작은 화분의 새싹들을 보면서
키움과 자람의 아주 자명한 이치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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