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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란.....
오늘은 그룹전 전시장 당번을 서는 날입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전시장을 둘러보니
그 많은 작품들 중 유독 내 작품에만 자꾸 눈이 갑니다.
이리 보면 내 작품이 제일 좋은 것 같아 흐뭇해지다가도
또 저리 보면 가장 못나 보여 공연히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때 한 사람이 들어섭니다.
마침 관람객이 없어 심심하던 참이라 내심 반갑습니다.
조심스럽게 전시장에 들어선 그 사람은 느린 걸음으로 전시장을 거닙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잠시 머무르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열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그저 눈길 한 번 주고는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마침내 그 사람의 발걸음이 내 작품 앞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진작부터 이 순간을 고대해 왔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딴청을 부립니다.
그러나 신경은 온통 그쪽으로 향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작품을 흘깃 한 번 쳐다보고는
느린 걸음으로 작품을 지나쳐 가 버립니다.
갑자기 서운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지만 눈길 둘 곳이 마땅찮습니다.
서러울 것 까지는 없지만 마음은 작은 상처를 받았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사람은 어느새 휑하니 전시장을 나가버립니다.
다시 사람 없는 전시장에서 내 작품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요즘같이 미술시장이 달아오른 때에는
그저 잘 팔리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작가의 진실성이 담긴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그저 내 맘에 들면 그것이 좋은 작품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내가 전시장에서 느낀 좋은 그림이란 바로
다른 이들이 열심히 봐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저 누가 내 작품 앞에서 10초만 서서 바라봐 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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