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나는 냄새는......
숯불에 고기를 구우면 참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기를 구우면 고기 냄새가 몸에 배게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냄새가 무서워 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고기를 잘 구워 맛있게 먹고 난 다음
자신의 몸에 밴 고기 냄새를 간직하려고
비닐로 옷을 싸 놓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마치 이런 고기 냄새처럼
우리 몸에 절로 배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 여러 가지입니다.
처음 그림을 배우고 익힐 때 스승의 체취가 배어듭니다.
다른 이들의 작품을 보며 좋다고 생각한 부분들도 더해집니다.
유행이라고 하는 경망스러운 내용도 슬쩍 배어들고
대가들의 좋은 부분도 슬쩍 끼워 놓다보니 또 하나가 더해집니다.
이러한 것들을 좋게 말하자면
스승의 것을 닮는 것을 학습이라 하고
학교에서 더해진 것은 학풍이라 말하며
무리지어 유사한 모양을 한 것을 유파라 합니다.
또 옛것을 적당히 모방하는 것을 전통이라 하고
시대적 조류에 충실한 것을 경향이라 합니다.
고기 굽는 냄새는 그만큼 향기롭지만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악취로 변해 버립니다.
스승의 것을 닮은 것을 아류라 하고
학풍이라 말하던 것은 형식주의라 하며
유파라 불리던 것들은 모방, 혹은 표절이라 하지요.
또 전통이라 불리던 것은 인습으로 전락해 버리고
경향이라는 것도 허망하기 그지없는 시류, 혹은 유행이라 불리게 됩니다.
잘 구운 고기는 정말 맛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냄새도 많이 납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쉽게 이 냄새를 알아차리지만
고기를 먹은 이는 정작 제 코가 마비되어 종종 혼자만 맡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냄새가 무서워 고기를 못 먹는 것도 문제지만
제 몸에서 나는 냄새도 못 맡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이제 고기는 삼키고 냄새는 지우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내 몸에서는 나는 냄새가 향기인지 악취인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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