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사람들
드디어 전시 오픈 날입니다.
어렵게 작품도 제작하고 나름대로 도록도 만들어졌습니다.
모처럼 머리도 만지고 옷도 한 벌 새로 장만하여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이제 정해진 시간이 되면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겠지요.
언제나 어려운 선생님, 그리고 와주기만 해도 고마운 선배님들……
그리고 적잖이 많은 친구, 후배들이 들이닥치겠지요.
실은 저는 진작부터 가슴이 콩당 콩당 뜁니다.
이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뭐라 하실까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기왕이면 칭찬을 듣고 싶지만 행여 이런 맘을 들킬까 애써 태연한 척 합니다.
드디어 가까운 후배가 환한 얼굴로 전시장에 들어섭니다.
건성으로 전시장을 둘러보고는 이내 제 곁으로 다가옵니다.
“언니, 참 예쁘다. 머리 어디서 했어?”
“……………………………….”
다시 친구들이 무리지어 들어 닥칩니다.
왁자하게 수다를 떨며 작품들을 둘러보고는 또 제 곁에 모여 듭니다.
“도록 참 잘 나왔네, 얼마 들었니…?”
“……………………………….”
이어 평소 어렵기만 하던 선배님이 들어오십니다.
그나마 열심히 작품을 보아 주시고는 제 곁으로 오십니다.
“액자가 참 잘 어울리는구나. 어디서 했어?”
“……………………………….”
드디어 선생님께서 정해진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들어오십니다.
모두들 달려가 앞 다투어 인사를 드립니다.
전시장을 한번 쭉 돌아보시고는 또 제 곁으로 다가오십니다.
“뒤풀이는 어디서 하지?”
“……………………………….”
갑자기 잘 매만져진 머리가 흐트러져 산발이 된 듯 하고
맘먹고 산 새 옷이 몸에 잘 맞지 않는 듯 불편합니다.
혹시 하고 기대했던 그런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괜히 표정도 행동도 어색해 집니다.
남의 맘을 눈곱만큼도 몰라주는 이들이 왠지 야속합니다.
어떤 때는 가까운 이들이 가장 모진 사람들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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