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들이 오래 잘 보존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해서 변하지 않을 좋은 재료들을 앞 다투어 찾곤 하지요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혹시 작품이라는 말이 너무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이러한 작품들이 모두 썩거나 망가지지 않을 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남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겨날까하고요...
사실 붓을 들어 흔적을 남겼다고 모든 것이 작품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작품으로 가는 과정중의 한갓 산불에 불과한 것들을
모두 작품이라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만약 이 많은 작품들이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남게 된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미술관, 박물관들이 지어져야 할까요.
또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많은 작가들의 이름을 외우고 작품명을 알아야 할까요?
작품이 상하고 망가지며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이런 우스꽝스러운 우려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하여
자연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람도 나이가 듦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게 마련이지요.
곱게 나이 먹은 얼굴을 결코 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작품 역시 세월에 따라 그 표정이 자연스럽게 변하게 마련입니다.
만약 자연의 영역에 속한 부분까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간섭하려 한다면
그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억지스러운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물론 작품을 변하지 않은 좋은 재료로 잘 제작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정말로 좋은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좋지 않은 작품이 없어지지도 않고 계속 남게 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불후의 명작이라는 것이 그저 작품의 내구성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그것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후손들이 힘과 지혜를 다하여
온전히 보전해 줄 것이기에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걱정하여야 할 것은 내가 작업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좋은 작품인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작업을 하는 근본과 말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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