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없는 음식
음식점 앞을 지나다보면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인 음식 모형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알록달록 잘 만들어진 음식들은 보기에도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음식들은 먹을 수 없습니다.
애초부터 간도 맞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온기도 없습니다.
그저 겉만 그럴듯한 모양을 갖췄을 따름이지요.
사실 그림에도 이런 경우가 없지 않은 듯 합니다.
이것저것 다른 이들의 것을 살짝 빌려와서 적당히 섞어놓으면
얼핏 제법 그럴싸해 그림 같아 보이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작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진실한 감동이나 영감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다른이들의 것을 빌려 그저 모양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음식은 먹어야 비로소 맛을 알게 됩니다.
맵고 짠 것은 모두 음식이 지니고 있는 개성입니다.
그것은 바로 음식 만드는 이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진열장 안의 음식 모형처럼 간도 맞추지 않고 온기도 없는 것을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인간적인 체취도 없고 진실함도 없는 것을
아무리 작품이라 강변해도 누구도 온전히 보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음식의 맛은 바로 작가의 개성과 같은 것이고
음식의 온기는 바로 작가의 진실한 체험과 느낌에 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이 내 그림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타박하기 전에
스스로 그것이 진정 먹을 수 있는 것인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정말 맛난 음식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것들은 그저 진열장의 음식 모형처럼
겉은 그럴 듯 하지만 먹을 수 없는 것들이기에
언제나 먹어 배부를 수 없음이 불만이지요.
다시 처음부터 칼을 잘 갈고 도마를 깨끗이 씻어
정말 맛난 음식을 만들어 볼 때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배고파하며 진정 맛난 음식을 찾고 있습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