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은 칼보다 강하다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이야기입니다.
한 마을에 두 아이가 친구로 어울리며 살았습니다.
한 아이는 글 읽기를 좋아하고 다른 아이는 힘쓰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둘은 언제나 자신이 더 강하다고 말싸움을 하곤 했습니다.
다투며 어울리는 동안 두 아이는 어느덧 자라 청년이 되었습니다.
글 읽기 좋아하는 아이는 과거급제하여 벼슬길에 나가게 되었고
힘쓰기 좋아하는 아이는 무예를 익혀 의젓한 장군이 되었습니다.
어는 날 두 사람이 고향에 들렀다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지난 이야기를 하다가 아주 오래된 말싸움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문장이 좋아도 칼에는 당하지 못하지....”
“자네는 붓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못 들었나...?”
결국 둘은 해묵은 승부를 내기로 하였습니다.
보름달이 환한 들판에 마주 한 두 사람은 서로 가장 자신 있는 무기를 들었습니다.
한 친구는 먹물을 가득 묻힌 붓을 들었고
다른 친구는 날이 퍼렇게 선 긴 칼을 들었습니다.
둘은 말없이 마주보다 이내 기합소리와 함께 내달리며 교차하였습니다.
붓을 들고 멈춰선 사내의 옷고름이 베어져 발 아래로 펄럭 떨어집니다.
칼을 든 사내는 씨익 웃고는 칼을 거두고 말합니다.
“이제 칼이 붓보다 강하다는 것을 잘 알았겠지!?”
붓을 든 사내는 말없이 미소를 짓더니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승부에서 이긴 사내는 짐짓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손을 씻습니다.
그런데 세숫대야에 비친 자신의 이마에 무엇인가 검은 것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죽을 사(死)자가 반듯한 글씨로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워 칼보다 강한 붓이 진정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갓 어린 시절의 만화 이야기를 아직도 가슴에 담아두고 있음은
언제나 정녕 칼보다 강한 붓을 간절히 고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 건필하십시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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