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의도를 묻지 마세요!
글,그림 | 김상철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자꾸 그 그림을 그린 의도가 무엇인지 묻는 말에 답하는 것입니다.
사실 그림을 그릴 떄 뭐라 특별하게 정리된 생각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느낌과 영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데
사람들은 자꾸 의도를 묻습니다.
물론 어렴풋한 이야기는 마음속에 있지만
제가 잘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결코 조리 있게 제 그림을 설명하는 일은 아닙니다.
만약 제가 말을 그렇게 잘한다면 평론가가 되었거나 소설가가 되었겠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 그것이 무얼 의미하고 뭘 말하는지를 묻습니다.
심지어는 평문을 쓰러 온 평론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아파 병원에 가서 대강 배가 아프다, 이가 아프다 하면
전문가인 의사들이 알아서 진단해서 치료하고 처방하지 않습니까?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림은 화가에게, 해설은 평론가에게'가 맞겠지요.
그런데 평론가의 진단과 처방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어떨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는 경우도 있을 뿐 아니라
읽고 나면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하고
정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렸나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그림은 그저 그림이지 소설이나 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것이지요.
느낌이란 것은 언제나 모호하고 불분명하여 말로 형언하기 참 어려운 것입니다.
또 이런 느낌을 꼭 집어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세상에 널려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제 제발 의도를 묻지 말아 주세요.
저는 화가이지 말 잘하는 소설가나 글 잘 쓰는 평론가가 아닙니다.
그냥 보고 느끼세요.
이제 질문은 사절입니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서로 다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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