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서 배우다
글|김상철 그림|하영희
김치는 우리 전통음식문화를 대표하는 식품입니다.
그것은 배추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붉고 매운 것이 특징입니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특히 겨울이 혹독하게 추운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에도 야채를 섭취하기 위하여 채소를 염장해 먹곤 하였다고 합니다.
그것을 '지'라고 부르다가 '지히'로, 또'팀채'로 불렀다고 합니다.
'팀채'는 또다시 별하여 '딤채'가 되었고,
'딤채'는 구개음화를 거쳐 '짐채'가 되었다가 이후 '김채'라 불럿다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김치'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요즘 잘 팔린다는 김치냉장고 이름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본래 고추도 없었고 배추도 없었다고 합니다.
요즘 피자 같은 것을 시키면 함께 낳오는 노랗고 작은 고추가
바로 오늘날 고추의 조상인데 고향이 남아메리카라고 합니다.
이것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져
매운 맛이 우리의 음식에 더해지게 되었던 것이지요.
또 배추는 조선 중기까지에도 우리나라에 없다가
근대에 들어 중국 산동배추라는 것이 들어와 오늘날 배추김치가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비록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기치도
밖에서 들어온 문물들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안정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지요,
어쩌면 전통이란 것도 이런 김치와 같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스스로 그 내용을 풍부히 하고 맛을 더하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 고춧가루나 배추가 우리 것이 아니라고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들의 식탁은 빈약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전통을 계승하고, 또 전통을 개발한다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전통이 옳다느니 그것만을 지켜야 된다는 말은
어쩌면 김치를 먹지 않겠다는 억지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무조건 밖에서 들어온 것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옳지 않은 일이지요.
고추와 같이 들어온 후추를 범벅하여 후추 김치를 만들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겠지요.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선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두 가지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살펴볼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이란 어쩌면 조상님들이 축적해 놓으신 지혜 위에 오늘의 우리를 지혜를 더함으로써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더 강한 생명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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