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곱게 물든 계절에...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올해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붉은 것은 붉게, 또 노란 것은 노랗게 물들어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그러나 그저 붉다고 다 붉은 것이 아니고,
노랗다고 또 다 노란 것은 아닙니다.
붉은 가운데 갈색도 있고
노란 색 가운데 어렴풋이 녹색도 보입니다.
그것은 미처 다 물들지 못한 부분일 것입니다.
붉은 단풍의 갈색이나 노란 단풍의 녹색은
아마도 무엇인가 미처 이루지 못한 아쉬움 같은 것이겠지요.
또 어떤 붉은 단풍은 핏빛의 선홍색을 띠고 있고
노란 단풍은 열에 들뜬 것처럼 셋 노랗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진한 회한으로 남아 피멍처럼 붉게 물들고
또 얼마나 염원했기에 아직도 미련이 남아 노랗게 들떴을까요?
되돌아보면 한해살이가 바로 단풍 물들이기와 흡사하다고 생각됩니다.
그저 세월이 가면 세월 따라 물이 드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언제나 같은 색으로 물들지 않을 뿐 아니라
온전한 한 가지 색으로 나타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한 해를 마감아는 계절에
스스로 물들이며 지내 온 한 해가
혹 회한과 미련으로 얼룩지지는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아마 제 자신이 먼저 숨기고 가려야 될 것을 아닌 것인지
스스로 부끄러워 낙엽은 사뿐 제 몸을 덮습니다.
한줄기 찬 바람에 낙엽이 날립니다.
비록 발걸음에 차이면서 바람에 흩날리지만 적어도 한떄는 푸르렀음을 기억하면서
머지않아 다가올 새 계절을 기약해 봅니다.
그리고 새해의 단풍은 그 어떤 해보다 더욱 곱고 찬란할 것이라 다짐해 봅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풍은 그저 붉고 노랗게 곱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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