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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소통?
글·그림 | 김상철 미술칼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고상한 컬렉터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그저 시간이 나면 화랑 근처를 기웃거리는 정도이지요.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주 다니다 보니
나름 재미도 생기고 이제 점차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요즘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미술의 대중화, 혹은 대중과의 소통 같은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미술이 저 같은 대중하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지 참 의아합니다.
전시장은 대부분 아침 일찎 열어 오후 퇴근시간이면 닫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시가 있어도 평일에는 도무지 전시장에 갈 짬이 나지 않습니다.
미술은 근무시간 제약이 없는 사장님하고만 소통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주말에 전시장을 찾게 마련입니다.
나름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할애해서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지만
연신 질문을 해대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답은커녕
제 자신도 제대로 감상하기가 여간 난해한 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풍경화나 정물화 같은 구상 작품들은 좀 낫습니다만
추상화라도 볼라치면 정말 머리에 쥐가 납니다.
게다가 제목까지 무슨 말인지 모를 아리송한 것들 투성이니
미술은 아마 아주 유식한 분들하고만 소통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도록이라도 얻어 평문을 읽고 이해라도 할라치면
이건 뭐 더 어렵고 혼란스러워 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내면이 어떻고 무의식이 어떻고 하는 나해한 글들은
마치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는 추상화에 다름 아닙니다.
평론가분들은 저 같은 대중이 그림에 관심을 갖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어쩌다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
조심스럽게 주머니 사정을 헤아리며 어렵사리 작품 가격을 물어보면
이거 참!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서로 무안해지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저 월급 받아 아등바등 살아가기 바쁜 사람에게
0이 그렇게 많이 붙은 작품은 쉽게 꿈꿀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미술은 아마 돈 많은 사모님하고만 소통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꿋꿋하게 다리품을 팔며 화랑 가를 누비지만
언제나 나는 남의 잔치에 불쑥 껴든 이방인 같습니다.
소통이라는 말은 아마 소하고나 통하는 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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