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그림 그리면 안 되나요?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나는 아줌마입니다.
그림을 그리니 아줌마 작가라 불립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미술을 전공할 순 없었답니다.
돌아보면 아들 딸 낳고 아등바등 살아온 세월이 아득하기만 한데
이제 그나마 숨을 돌리고 주위를 둘러볼 작은 여유가 있어 그림을 배웠습니다.
뒤늦게 시작한 그림 공부여서 여간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지만
제 스스로 원했던 일이기에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보다 어린 선생님이지만 작은 칭찬이라도 들은 날이면
마치 100점 맞은 어린아이처럼 날아갈 듯 기뻤었지요.
고심하고 밤잠을 자지 않고 노력한 덕에 그나마 전시회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하여 작품이라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난생 처음 제 그림이 실린 팸플릿을 받아보고는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다른 이들의 그림은 제쳐놓고 제 그림 있는 페이지만 보고 또 보았습니다.
보고 또 봐도 내심 여간 대견하고 뿌듯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드디어 전시 오픈 날입닏.
모처럼 미장원에서 머리도 만지고 옷도 새로 한 벌 장만했습니다.
너무 일찍 도착한 자신이 계면쩍어 몇 곳을 배회하다 시간 맞춰 전시장에 들어섰지요.
어린시절부터 품어왔던 은밀한 작은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떄 꽤나 이름 있다는 평론가 선생님과 작가 분들이 전시장에 들어섭니다.
작품들을 둘러보기에 조신하게 제 작품 앞에 서 있는데
건성으로 작품들을 둘러보며 제 앞을 스쳐 지나가다 한마디 합니다.
"요즘 아줌마들이 자꾸 작가한다고 설쳐대서 큰일이야...."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그간 가슴에 오롯이 품고 있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한순간 무너져 내립니다.
아니 아줌마들은 그림 그리면 안 되나요?
작가가 무슨 면허증이라도 있는 것이고, 누구 허가를 받아야 그릴 수 있는 건가요?
그림이야 잘 그릴 수도 있고 못 그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마음이야 잘 그리고 싶은데 손은 아직 그렇게 잘 안되는 것도 죄랍니까?
손도 구별이 있어 미대 나온 손은 처음부터 예술 하는 고귀한 손이고
아줌마 손은 그저 집에서 고무장갑이나 끼고 설거지나 해야하는 막손이랍니까?
내가 아줌마 작가면 당신들은 아저씨 작가인가요?
언제까지 그렇게 속 좁은 편견의 옹졸한 색안경을 끼고 사실 건가요?
정말 별꼴이 반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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