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이가 그대에게“ 당신은 작가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뭐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사실 작가는 자격증이나 면허증이 없습니다. 스스로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별반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짧은 질문은 언제나 우리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예전에는 국전에서 연이은 입선을 해야 작가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요새는 적어도 개인전을 세 번 정도 해야 작가라 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이는 화랑의 초대전을 받아야 비로소 작가로 인정받는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시켰다 해도 여전히 곤혹스러운 질문이 바로“ 당신은 작가인가요?” 라는 말입니다. 언젠가 나이 지긋한 프랑스 큐레이터가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그는 작가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찾고자 하는 작가는 대학 교수도 아니고 큰 상을 받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당장 완성된 100호 이상의 작품 100점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았습니다. 이 말은 그저 헛이름만 있는 가짜 작가가 아니라 진정 작품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또 앞으로도 그렇게 노력할 그런 진짜 작가를 찾고 싶다는 말이겠지요. 이제 어지러운 작업실을 정리하고 차분하게 셈을 한번 해 보시지요. 마음속으로 헤아려지는 작품들의 숫자가 어디까지 이르는지… 그리고 정녕 내가 가는 이 길에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그리고 진정 앞으로도 이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가겠노라는 의지가 있는지… 혹 어떤 이는 작품 수가 100이라는 숫자를 훌쩍 넘기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처음부터 지레 숫자 세기를 포기해 버릴지도 모릅니다. 만약 작품 수가 100점을 넘었다 해도 결코 우쭐해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킨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잠시 붓을 놓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적어도 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 당신은 작가입니까?”라는 말이 유효해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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