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색역 부근의 형제대장간은 농기구를 만드는 서울의 몇 안남은 대장간이다. 무쇠를 불로 달궈 망치로 두들겨 온갖 물건을 만들어내는 풍경이 사뭇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낫 놓고 기역자는 알아도
누구나 낫 놓고 기역자 정도는 아는 세상입니다.
낫은 언제나 농부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유용한 도구이지요.
낫이 무뎌지면 농부는 숫돌에 낫을 갑니다.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갈아 무뎌진 날을 곧추 세웁니다.
그러나 한쪽 날이 지나치게 많이 갈리거나 혹 덜 갈리게 되면
낫의 날은 곧추서는 것이 아니라 한 쪽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날이 휜 낫은 잡풀도 제대로 자르지 못합니다.
이 낫으로 벼를 베면 날이 미끄러져 농부의 손을 치게 됩니다.
본래는 좋은 도구였는데 오히려 흉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림에도 마찬가지로 예리한 날이 있습니다.
그것은‘ 재능’과‘ 덕성’이라는 두 날입니다.
만약 타고난 재능이 빼어나다면
그것에 걸 맞는 덕성을 키움에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농부의 낫과 같아서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화가의 손목을 치게 됩니다.
어른들은 재주가 사람됨을 뛰어넘어 경망스럽고 오만한 사람을
재승덕(才勝德)하다고 경계하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이들이 천부의 재능을 뽐내고 자랑했었지만
스스로의 날에 손을 베이고 몸을 다쳐 사라져 버렸습니다.
재능은 쉬 갈리지만 덕성은 더디 갈리게 마련입니다.
재주를 갈고 닦음보다 덕성을 다듬어 사람됨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제 낫 놓고 기역자를 알았다고 자랑할 것은 없습니다.
그 두 날이 제대로 곧추 서있는지를 세심히 살펴야 할 때입니다.
재능은 분명 소중하고 뽐낼만한 것이지만
신중히 살펴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당신을 벨만큼 위험한 것입니다.
조심하십시오!
글｜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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