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담채-김상철
라면 하나를 끓여도…
누구나 라면 정도는 끓일 수 있을 것입니다.
봉지 뒷면에는 끓이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적혀있습니다.
사실 라면 끓이기는 요리라고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쉬운 것이지요.
라면을 끓이는 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물의 양도 다르고 끓이는 시간도 모두 다릅니다.
어떤 이는 계란을 넣고, 어떤 이는 김치를 넣습니다.
자기 입맛에 따라 조리방법이 모두 다르게 마련입니다.
하찮은 라면 하나를 끓임에도 이렇게 다양한 입맛들이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요리라면 더하겠지요.
자신의 입맛에 따라 재료를 선택하고 조리하며
양념을 더하고 간을 맞추는 것이 요리의 기본입니다.
요리가 내 입에 잘 맞아 먹음직 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음식을 다른 이에게 내 놓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작가에게 요리는 작품이고 입맛은 개성일 것입니다.
요리사가 자신의 입맛을 기준으로 요리를 하듯
작가는 자신만의 개성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함이 당연하겠지요.
만약 처음부터 내 입맛을 포기하고 다른 이의 입맛만 생각한다면
그 요리는 간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만든 이 자신도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찮은 라면을 끓여도 까다로운 자신의 입맛을 찾는데
하물며 그것이 작품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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