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선생의 작품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층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빌」의 왼쪽 입구에 자리하고 있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명소의 입구에 차려진 화가의 식탁은 소박한 그대로 꾸밈없이 조용하게 꿈꾸는 이들을 초대하고 있다.
화가의 식탁
누구에게나 먹는 일은 중요하기 마련일 겁니다.
화가라고 해서 예외일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장욱진 선생이 경기도 덕소의 농가 작업실에서 혼자 지내실 때 이야기라 합니다.
어느 날 작업에 열중하시다가 문득 생선 요리가 드시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연세 지긋한 남자분이 혼자 생선 요리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선생께서는 곰곰이 생각하다 작업 후 남은 여분의 물감으로
부뚜막 위 거친 회벽에 붓을 쓱쓱 그어 생선을 그려 넣었습니다.
바로 크고 넓적한 물고기가 그려졌습니다.
내친 김에 포크, 나이프도 그리고 감자가 담긴 밥그릇도 그려 넣었습니다.
금방 잘 차려진 훌륭한 식탁이 마련되었고
선생께서는 흐뭇한 마음으로 그 성찬을 즐기셨겠지요.
굳이 생선 이름을 물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름은 어류 학자에게, 값은 어물전 주인에게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화가의 생선이기 때문입니다.
화가의 생선은 비린내도 나지 않고 결코 상하는 법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요리를 위해 불을 지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설거지를 위해 손에 물을 묻힐 필요는 더더욱 없는 것이지요.
화가의 식탁은 상상으로 차려집니다.
창조는 예술가의 무한한 권리이자 최소한의 의무라 할 것입니다.
상상이라는 텃밭에서 자라나는 풋풋한 꿈이 바로 창조의 시작이지요.
상상은 모든 예술의 시작이자 영감의 원천 입니다.
예술의 세계에서 꿈꾸지 않는 자는 죽은 자 입니다.
상상할 수 없다면 붓을 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글 ㅣ 김 상 철 미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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