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담채-김상철
삼밭의 쑥
농부의 삼밭에 쑥씨가 우연히 떨어졌습니다.
삼은 사람 키 보다 훌쩍 크게 자라지만 쑥은 그렇게 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삼밭에 떨어진 쑥씨는 햇빛을 보려고
있는 힘껏 머리를 내밀어 키를 키웁니다.
애써 자라다 보니 어느새 삼보다 키가 더 커졌습니다.
가을이 되어 농부가 삼을 추수하다가 이 쑥을 발견합니다.
삼보다 크게 자란 쑥은 이제 그저 쑥이 아닙니다.
농부는 이 쑥을 조심스럽게 베어 약으로 쓰게 됩니다.
삼씨 하나가 잘못하여 쑥밭에 떨어졌습니다.
본시 잘 자라는 삼은 굳이 애써 해를 찾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쑥보다 한 뼘 정도만 크게 자라도 홀로 우뚝했습니다.
자라기를 게을리 한 삼도 가을을 맞았습니다.
삼을 추수하러 가던 농부는 쑥밭의 삼을 보고도 그저 밟고 지나가 버립니다.
비록 삼과 같이 좋은 재주를 타고 났다고 하여도
스스로를 쑥과 견주는 어리석음으로 성장을 게을리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쑥보다 못한 잡초가 되고 말 것입니다.
비록 쑥과 같이 재주 없고 모자랄지라도 애써 발전하기를 거듭한다면
오히려 삼보다 훌륭한 약쑥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고 보면
본래 삼이나 쑥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붓을 드는 그대여!
스스로 삼인지 쑥인지를 묻지 말고
지금 그대가 있는 곳이 어딘지를 조심스레 살펴볼 때입니다.
글·그림｜김상철 미술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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